2020. 12. 26. 08:16ㆍ취미영역/Et Cetera
Merry Christmas!
어제부터 오늘 까지는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. (뻥이다. 놀고먹고 다 했다.)
마트에서 필요한 식자재나, 요리 도구, 향신료들을 사는데 있는 돈 없는돈을 다 썼다. 그래도 별 수 있나. 코로나 시기에 집에서 음식 해먹는 것도 하나의 추억 아니겠나 싶어 그냥 돈 생각은 안하고 좋은 것들로 골랐다. 그래도 요리사(나)가 싸구려라 비싼 재료값은 못한 것 같아 아쉽다. 사진이나 좀 찍을 걸 동생한테 일임한것도 아쉽다. 카메라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려고 한다.
조명
사실 음식 몇 개 먹는것과 홈파티의 차이는 조명 아닐까? 크리스마스용 조명은 집에 있던 친구로 가져왔다. 이마트에서도 3만원짜리 조명을 하나 사긴 했는데, 사실상 냉장고에 붙여놓고 밤에 어두울 때 길 찾는 용도로 쓰기만 하고 음식 옆에서 인스타각을 잡지는 못했다. 그래도 밤샘족으로서는 만족. 참 예전에 서울 살 때 사뒀던 조명도 같이 뒀다.
스테이크
승우 아버님이 굉장히 열심히 마이야르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길래 정독했다. 100Gb에 달하는 데이터 가뜩이나 다 써서 얼마 없는데 마트 가는 길에만 세 번씩 보고 모르는 건 노트해 뒀으니... 이 정신으로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다. 어쨌든 열심히 찾아서 소금 뿌리고, 냉장고에서 건조시키고, 열심히 마이야르 일으켜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.
거의 6cm~8cm에 달하는 부채살을 구웠는데, 아무래도 두껍다보니까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했다. 임여사님 요청대로 한 덩이는 7분동안 구웠는데 아주 알맞게 익었던 반면, 내가 원하는대로 구운 건 무려 6분을 30초씩 뒤집어가면서 중불에서 구웠는데 결과를 보니 예상보다도 덜 익었었다. 결국 식탁엔 생고기가 올라갔고... 다 익은 고기를 먹는동안 나는 잘린 스테이크로 큐브스테이크를 만들어 대접했다. 다시 익히니까 잘만 먹는 걸 보고 속으로 오열했다. ㅠㅠ
파스타
파스타랑 뱅쇼는 사실 동생이 만들기로 한 음식이었는데 동생이 까먹었는지 열심히 뱅쇼 끓이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퍼뜩 생각나서 만들었다. 아니 알리올리오 소스랑 토마토소스까지 샀고 면만 삶으면 되는데 그것도 안하고 있는 건 너무하잖아. 어쨌든 맛소금 좀 넣고 대충 눈대중으로 끓였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나왔다. 항상 먹던 맛이 역시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. 토마토 소스 만세.
뱅쇼
동생 표 하이라이트. 이 친구를 만들기 위해 우리집에 팔각, 시나몬이 들어왔고 때 아닌 파인애플, 자몽이 찾아왔다. 레드와인(화이트와인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.) 각종 향신료와 과일을 넣고 45분? 동안 약불에서 푹 끓였다. 와인 한 병이 다 들어갔는데 5인분으로는 살짝 많은 양이었다. 향은 정말 좋았으나 동생이 쓴 와인이 쓴 와인이어서 많이 마시지는 못했다. 다음에 뱅쇼를 만들 땐 좀 달달한 와인을 이용해서 만들면 추운 겨울에 영화 보면서 이불 뒤집어쓰고 먹기 딱 좋을 것 같다.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.
카프레제
카프레제는 사실 이미 성공할 걸 예측하고 있었다. 예전에 친구와 칵테일집에서 카프레제를 먹은 후에 두고두고 먹고 싶었는데, 그 마음이 극에 달한 얼마 전 어느 날에 집에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가져와서 가족들에게 대접했기 때문. 바질을 파는 델 어지간히 찾기가 힘들어서 그냥 집에 나뒹구는 샐러드로 대충 끼워서 만들었다. 그리고 위에 발사믹 식초로 만든 소스, 소금을 뿌려서 대접했는데 나름 나쁘지 않은 반응이 나와서 혼자 뿌듯해하고 있었다. 무엇보다도 그 때 만들었던 소스를 버리지 않고 냉동(!)보관 해놨었는데 덕분에 이번 카프레제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. 역시 우리 임여사님이 가장 좋아하셨다.
알리고포테이토
원래 카프레제는 단순히 명분이었다.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건 작년 아웃백에서 가니쉬로 나눠줬던 알리고포테이토. 이번에도 승우아버님의 영상을 탐독하면서 어떻게 만드는 지에 대해 배웠다. 역시 유튜브 만만세. 하지만 그분이 치즈덩어리를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도 비율을 따라가려고 했던 게 패인인지 알리고포테이토가 아니라 아니그냥치즈(포테이토 향) 느낌이 돼버렸다.
감자를 푹 찐 후에(아스라질 정도로 고슬고슬하게) 생크림, 치즈(나는 드뷔에르, 체다, 모짜렐라를 사용했다.) 버터를 넣고 팬에서 구워주면 된다. 이미 다 익은 제품이니 버터/치즈가 잘 어우러지는 느낌으로 만들면 됐다. 좀 치즈맛이 강했지만 그래도 고기랑 같이 먹으니까 나름 괜찮았다.
Home Party
말 그대로 우리집 연말 홈파티였다. 우리 아버님은 아침 출근이라 주무셔야 하는데 졸음도 참고 나오셔서 파티에 어울려주셨다. 올해는 코로나도 있고, 별개로 가족들이 다들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같이 있는 만큼, 다음 해에도 같이 역경을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. 우리 가족들도 그렇고, 나도 2021년 한 해는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.